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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고위험작업 사고사례 비교 (한국, 일본, 독일)

by s-ethan 2025. 11. 27.

고위험작업은 산업재해 중 중대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작업 유형입니다. 건설현장의 고소작업, 제조업에서의 중장비 운용, 화학공장에서의 유해물질 처리, 플랜트의 밀폐공간 작업 등은 모두 고위험작업 범주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작업은 사고 발생 시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사전 예방과 안전조치가 필수입니다.

한국은 매년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높은 편이며, 고위험작업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반면, 일본과 독일은 체계적이고 문화적으로 정착된 안전시스템을 통해 재해율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일본, 독일의 고위험작업 사고사례와 안전관리 방식을 비교함으로써, 우리 산업현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실질적인 시사점을 도출합니다.

국내외 고위험작업 사고사례 비교 (한국, 일본, 독일)

한국의 고위험작업 사고사례와 구조적 문제

한국은 산업안전 이슈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으며,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의 고위험작업 중 사고 빈도가 매우 높습니다. 고소작업 중 추락, 기계 협착, 전기감전, 화재·폭발, 질식사고 등은 매년 수백 건씩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1년 평택항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입니다. 당시 하청업체 소속의 20대 청년이 하역기계 사이에 끼여 숨졌는데, 해당 작업은 감시인 없이 단독으로 수행되었고, 작업허가서도 작성되지 않은 채 진행되었습니다. 심지어 사고 발생 수 시간 후에야 구조가 이뤄졌고, 응급조치도 지연되었습니다. 이는 고위험작업에 대한 현장의 경각심 부족, 체계 부재, 책임 회피의 결과였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고소작업 중 추락으로 인한 사고입니다. 많은 현장에서 하네스 미착용, 안전고리 미사용, 비계 미설치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비정규직 및 하청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배치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2023년 기준으로 산업재해 사망자 약 800명 중 절반 이상이 고위험작업 도중 발생한 사고였으며, 그중 추락사고가 전체의 35%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교육의 형식화: 의무시간만 채우는 방식의 안전교육이 많고, 실제 작업과 연계된 맞춤형 교육이 부족합니다.
  • 감독인력 부족: 현장 점검을 수행하는 안전감독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반복 위반 사업장에 대한 실질적 제재도 미흡합니다.
  • 하청구조의 문제: 원청은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은 비용절감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조치만 취하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습니다.
  • 기술 투자의 부족: 자동화·디지털 안전 시스템 도입이 늦고, 여전히 인력 중심의 작업이 많아 사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되었으나,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처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 중심의 실질적 시스템 구축이 더욱 중요합니다.

일본의 사고사례와 예방 중심 문화

일본은 고위험작업에 대한 문화적 접근 방식과 체계적인 사전 예방 활동을 통해 재해율을 낮추고 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률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반복 사고율도 현저히 낮습니다.

핵심은 바로 “KY 활동”(Kiken Yochi: 위험 예지 활동)입니다. 이는 모든 고위험작업 전, 작업자와 관리자가 함께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대책을 세우는 절차입니다. 예를 들어, 벽면에 ‘오늘의 위험작업’을 그림과 함께 게시하고, 현장 회의를 통해 해당 위험에 대한 대처법을 전 직원과 공유합니다.

일본의 대표적 사례는 도쿄 하네다 공항 확장공사 중 발생한 추락사고 이후 조치입니다. 해당 사고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자, 전국 건설업체에 풀바디 하네스 의무화와 이동식 난간 설치 기준 강화가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비슷한 현장에서의 사고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일본은 고위험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관련 자격증과 교육 이수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회사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정부 인증 교육기관에서 정식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특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소작업을 위한 '특수교육'은 총 24시간 교육이 필수이며, 연 1회 이상 재교육도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5S 활동(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은 현장 전반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정돈된 환경은 위험요소를 줄이며, 작업자의 주의력을 향상시키고,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합니다.

일본의 접근은 ‘사람의 행동 변화’에 중점을 두며, 시스템보다도 작업자의 습관과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 조치보다 장기적인 안전문화 정착에 효과적인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독일의 고위험작업 대응 및 기술 중심 안전관리

독일은 유럽에서도 산업안전 제도가 가장 발달된 국가 중 하나로, 기술 중심의 사고 예방 시스템과 작업자 권한 보장이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대표 사례는 2018년 뮌헨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사고입니다. 사고 당시, 지반이 불안정하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공기 단축을 이유로 작업이 강행되었고, 결국 터널이 붕괴되어 다수의 중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독일은 고위험 건설현장에 대해 지반 안정성 실시간 센서 설치 의무화, 사전 보고 없는 작업 중단 권한 부여 등을 포함하는 법 개정을 단행했습니다.

독일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STOP 권한: 작업자가 작업 중 위험을 감지했을 때, 관리자 허가 없이도 즉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보장됩니다.
  • 기계 자동화율: 고위험작업(용접, 도장, 화학물질 취급 등)은 대부분 자동화 설비 또는 로봇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어, 인적 노출 자체를 최소화합니다.
  • IHK 안전자격제도: 산업별 고위험작업은 반드시 해당 분야의 자격을 보유한 작업자만 수행할 수 있으며, 갱신 교육과 실습 시험이 병행됩니다.
  • 기술과 관리의 통합: IoT 기반 센서, 원격 감시 시스템, 디지털 작업허가서 등의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며, 관리자는 실시간으로 안전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접근은 ‘사람의 실수를 줄이는 기술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고를 사람의 부주의로만 돌리기보다, 시스템이 이를 보완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한국, 일본, 독일의 고위험작업 사고사례와 예방 시스템을 비교하면, ‘예방 중심의 실행력’이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일본은 문화와 행동의 변화를 통한 안전 인식 개선
  • 독일은 기술과 법적 시스템 강화를 통한 리스크 차단
  • 한국은 아직도 제도 도입 초기 단계로, 실행력과 현장 이행률에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은 앞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1. 현장 주도형 예방 시스템 구축: 관리자와 작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위험 예지 활동(KY 활동 도입 필요)
  2. 기술 접목 강화: IoT 센서, 디지털 허가서, 스마트 PPE 도입 확대
  3. 하청구조 개선: 원청 책임 명확화 및 하청 작업자 교육/장비 지원 강화
  4. 작업자 권한 보장: 작업중단권, 위험보고 시스템 강화
  5. 전문화된 교육 체계화: 자격제도와 재교육 시스템의 표준화

단순히 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안전은 확보되지 않습니다. 현장의 실행력, 작업자의 인식 변화, 기업의 책임 강화,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 진정한 고위험작업 안전문화가 정착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도 '사고 후 조치'가 아닌 '사고 전 예방'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